2009년 01월 20일
이상형이라는 것이..
간만에 혼자 와인 두잔을 마시고 거나(..)해져서
스카이프 화상전화로 엄마랑 한시간..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남자친구와 두시간 가까이를 떠들었다.
정말 세상 좋아졌더라..라고 말하기엔 좋지 않은 세상을 산 기억이
별로 없고(=너무 짧고) 진짜 이렇게 편리한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
참 감사하다. 한국으로 하는 전화는 가끔 연결상태가 불량이 되는데
미국내의 전화는 화질이며 상태가 너무 좋아서 꼭 옆에 두고 얘기하는 듯.
간만에 혼자 술 먹고 간지나게 혼자 깊은 상념에 빠져서
분위기 좀 내보고 싶었건만..워낙 술먹으면 따발따발 하고 싶어져서
가볍게 '나 혼자 같이 사온 와인 먹는다고 화 내지 마 ㅠㅠ'로 시작된 이야기가
장기이식, 중세시대 사람들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법, 클론,
<-사실 여기까지만 해도 토픽만 들으면 대충 멋들어진 주제 같다;;
꽃보다 남자(만화책), 꽃보다 남자(대만버젼),도라에몽..
<-에서 이미 산으로 가기 시작.
(영화 몽정기에서 본;;)이상한 자위방법-_-;, 본인이 해 본 변태짓
<-이 시점에서는 약간 슬펐다;;
등등으로..
아무것도 모르던 어린 시절부터 가지고 있던 환상에 가까운 이상형은 물론
험난한 현실에 치이고 치이면서 깎이고 깎여 나름 가지고 있던 최소한의 취향에까지
단 한가지도 부합함이 없는 나의 지금의 남자친구(더불어 지금까지의 남자친구들+
좋아하던 남자들과 접점이 전-혀 없다.)와 결혼까지 앞두고 있으니
난 이제 '내가 좋아하는 타입은 이래저래요래어쩌고...'이런거 다 부질 없다는 걸
몸소 깨달은 바.
아니 물론 취향과 이상형이라는 것이 존재는 한다.
그래도 그것이 실제 남자를 만나고 좋아하게 되는데
충분조건이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결정적인 필요조건이 되느냐는 그 때 그 때 달라요,란 말이다.
예를 한 번 보자.
1. 난 좀 과묵하고 진지한 남자를 좋아했다.아니 좋아한다.
아직도 진중하고 산,같은 느낌으로 존재(두둥) 하는 분들을 보면
가슴이 두근두근한다.
지금의 남자친구.. 졸려워서 죽어가는 시점에서도 과묵한 꼴을 못봤..;
그래도 덕분에 나의 취중 헛소리에 다 장단 맞춰가며
그럴듯한 대화를 이어가지 않는가...;;
2. 내가 키가 작은 편이어서
남자 키!,,는 나의 마지막 양보할 수 없는 보루였다.
실제로 얼굴에 상관없이 키가 크면 내 눈높이에서 보여지는
남자의 허리춤이나 가슴팍;에 두근두근.
바로 전 남자친구 키는 185를 육박했..
지금의 남자친구..172.
뭐, 길가다가 얘기하기 편하고 뽀뽀하려면 고개만 돌리면 되고
여러모로 편하다.
3. 그래, 키가 작더라도 덩치만 있으면
그래도 안기는 느낌이 포근할꺼야.
(난 여자고 남자고 마른 것보다는 통통한 것을 선호한다.)
지금의 남자친구.. 허벅지 나보다 가늘다.
잘은 먹는데...우리 아빠 요번에 한국 갔다가 돌아올 때
공항에서 기생충 약 사서 혹시 모르니 먹이라고;;
쥐어주시더라-_-.....;;;
4. 요즘 한국은 약간 긴듯 스타일을 낸 머리가 대세라는데
아직도 나는 거의 스포츠 가까이 짧게 이마를 드러낸 머리가 좋다.
지금의 남자친구 처음 만났을 때 긴 생머리 곱게 동여매고 계시더라-_-.
(게다가 중국인 특유;의 위생관념으로 가끔 비듬까지 날려주시고)
지금은 내가 좋아하는 단정한 짧은 머리로 매일매일 샤워하는 습관까지
길러주셨지만, 우리 사귀기 시작할 때도 한달정도까지는
그 말꼬랑지 댕기동자 머리였다.
5. 내가 좋아했더 남자들 (연예인 포함)은 모두 민커풀에 쳐진듯한
한국인다운 작은 눈을 가졌었다.
지금의 남자친구 정말 눈만 보면 눈에 별..이 있다.
쌍커풀도 쌍꼼하게 어찌나 진하고 눈이 크신지;;
첫째 딸은 아빠를 닮는다고 우린 딸 나면 눈 하난 겁나 이쁠거라고;;
스스로 위로를-_-
6. 어려서부터(...;;) 나이 좀 많은 남자들을 좋아했었다.
만났던 모든 남자들이 모두 연상이었고
심지어는 부모님 조차도, 넌 좀 차이지게 시집가는 것도 괜찮겠다,
고 하셨었다.
내가 학교를 일찍 들어갔으니 년도는 같아도 한 학년 아래,
거의 1년차이 연하다. 흠..이건 좀 억지인가? 그래도 동갑도
만난적이 없는데!
6. 결정적으로 중학교때 부터 남자친구 만나기 전까지
맹세;;하다시피 했던 '음악하는 남자는 절대 안 만나'.
지금 남자친구, 심지어 같은 악기 한다=_=
기타등등..지금은 생각이 잘 안나서 외모중심으로 써놨는데
성격, 버릇등등등 어쩜 그렇게 내가 싫다싫다 했던 것 고대로
찍어다 놨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좋아하게 되는 부분들이 커지면
'이것만은 절대 안돼!' 라는게 참 희미해 진다는 것이지.
(이것만은 안돼,가 사회전반적으로 안돼,는 것-예를 들어
여자를 때리는 남자라던가, 바람을 상습적으로 피는 남자라던가
하는 것만 아니라면.)
나도 참 내가 이럴 줄은 몰랐는데.
이런 것을 두고, '네가 콩커풀이 씌였구나' 라고들 하던데
내가 보기엔 '드디어 씌였던 콩커풀이 벗겨진 것' 같다.
여지껏 내 이상형,타입,취향 이라는 커풀들로 가려졌었는데
그게 벗겨져서 그 동안 보지 못했던 좋은 점들을
고루고루 볼 수 있게 된다는 거다.
사실 저 1번 같은 것은 제일 좋아하게 된 점, 중 하나로 바뀌어 버렸다.
동시에 그 전의 남자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사실은 대화의 부족,이런 문제같은 것들도 생각하게 되고.
솔직히 외모는...; 처음에 만큼 '진짜 못생겼다' 에서 많이 발전하긴 했지만
아직도 까놓고 대외적으로 잘 생겼다고는 못하겠다 ㅠㅠ.
(그래도 나에게는 이제 최고 미남이다!!)
싫어하던 점들을 다 좋아하게 될 순 없어도,,
별 일 아닌 것처럼 느껴지면서 받아들이는게..
좋고 싫고를 떠나서 '이게 내가 사랑하는 너,구나' 가 되는 것 같다.
이런 내가 사랑하는 너의 부분인데..어쩌겠니.
만난지 3년이 넘어가는데 아직도 그에 대해서 몰랐던 좋은 점들을 발견한다.
본인의 이론으로는 expectation을 초장에 확 낮추어서 그 후에
작은일에도 감지덕지 하게 되는 거라는...말도 안되는-_-...
ps. 저 위에 본인이 해본 변태스러운 짓;이란 남자친구 초등학교 5학년 때 쯤 길거리에서
혼자 있다가 갑자기 충동적으로 바지를 (팬티까지;;)내렸다가;;다시 올렸단다..;;;;;;;
왜?왜?왜?왜?왜?왜? <-그런 주제에 한국 공중목욕탕문화 이해 못한다고??
# by | 2009/01/20 16:39 | 생각 | 트랙백(1)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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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이상형이라는 것이..
아무것도 모르던 어린 시절부터 가지고 있던 환상에 가까운 이상형은 물론 험난한 현실에 치이고 치이면서 깎이고 깎여 나름 가지고 있던 최소한의 취향에까지 단 한가지도 부합함이 없는 나의 지금의 남자친구와 결혼까지 앞두고 있으니 난 이제 '내가 좋아하는 타입은 이래저래요래어쩌고...'이런거 다 부질 없다는 걸 몸소 깨달은 바."현재 내 옆에 있는 사람이 바로 이상형이 되버리는...기쁘면서 한 편으로 어딘가 아쉬운...;"...more
일단 제 남자친구도 외국인이고 만나게 된 경위도 외국에서 생활하다,기 때문에 한국여성을 대표한다고 하기엔 좀 무리가 ^^;;
오히려 한국에서 누구는 이렇다더라, 하면서 따지고 재고 하는 풍토에서 벗어나서 단지 사람과 사람의 입장으로 마주하다 보니, 예전에는 놓치고 볼 수 없었던 것이 드러나면서 뭐가 나에게 소중한 '조건' 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됬다는 것이 제가 하고 싶은 말이었는데.
뭐, 나이 들면서 식성이 바뀐다고 하잖아요, 어릴 때 고기찾고 조미료 찾고 사 먹는게 맛있고 하다가 나이들면 예전에는 먹지도 않던 채소류, 엄마가 해 준 찌개, (저같은 경우는 생선..).. 이런 것 같이 식성이 넓어져서 좋아하는 폭이 넓어지면 즐기고 감사할 수 있는 폭도 넓어지는 것 아닌가요.
이 사람 저 사람 부딪치면서, 뭐..찾기 힘들어서 포기;;하면 경우도 물론 생기겠지만, 제 생각에는 융통성이 좀 생긴달까요. 어릴 때 잘 모르는 상태에서 주변 여러가지 영향으로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들이 현실에서 어떻게 작용하는 건지... 를 보면서 시간이 지나면 나름 자신이 원하는 걸 찾아가는 거 같아요. 제 경우는 그게 처음 저의 이상형이랄지.. 나름 확고했던 어떤 것과 전혀 달랐구나..라는 거였고요.
밤에 술쳐먹;;고 끄적댄 글이라서 좀 내용이 모자랐나보네요.
암튼 답글 감사해요 ^^